미친놈의 서유럽 원정기 7(8,9일)
하. 이제 여행도 끝이구나. 참으로 허무하도다. 장장 9일간의 여행, 그리고 엄청난 여행경비(?)가 오늘로 끝이라니. 허무한 마음으로 아침식사를 먹으러 로비로 내려갔다. 지금까지 묵었던 호텔에는 우리 일행만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식사를 했었는데 오늘은 늦게 출발해서 그런지 외국인들도 꽤 있었다. 익숙하지 못한 풍경이라 약간 의아했다.
아침식사는 가이드의 말보다는 실망스러웠다. 아마도 가이드 누님이 너무 띄워놓아서 잔뜩 기대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난 별천지를 예상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다른 호텔들이랑 비슷했고, 1회용 시리얼 상자만 엄청나게 많았다. 종류가 10여종은 되어보였는데, 난 코코팝스와 이름 모를 설탕 친(frosted) 현미 시리얼을 먹었다. 그 시리얼은 꼭 한국의 첵스와 닮았는데, 고소하지만 맛은 별로였다. 시리얼 두 통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불렀다.
디저트도 있었다. 하지만 못 먹었다. 가이드 누님의 말로는 돈 낸 사람만 먹을 수 있다나. 푸딩과 갖가지 맛나 보이는 디저트들을 구경만 했다. (한국의 식당 음료수 보관함 비슷한 곳에 들어있었는데 문이 잠겨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영국의 신문과 퍼즐 잡지를 읽었다. 이름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버스를 타고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묵었던 St. Giles 호텔은 Heathrow에 있었으므로 공항과 무척 가까웠다. 얼마 안 가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내려 내부로 들어갔는데 우리 가족만 모르고 다른 길로 들어갔다. 성진이네 아저씨께서 큰 소리로 불러주시지 않으셨다면 아직 런던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공항 안은 전부 인도인 천지였다. 공항 청소나 안내 같은 일은 전부 인도나 중동 사람들이 맡고 있었다. 법적으로는 인종 차별이 없지만 뭔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신분은 구별되어 있는 것 같았다.
우리의 비행기는 9시 30분 비행기였다. Cathay Pacific 창구에서 짐을 맡기고 표를 1인당 2장씩 받았다. 하나는 홍콩행, 하나는 인천행. 직원은 이름을 보아 일본인인 것 같았는데, 엄마가 그 직원의 이상한 발음을 못 알아들어서 약간 헤맸다.
출국할 때에도 약간의 검색 과정을 거쳤다. 여기선 신발까지 벗겼다. 외투와 가방은 당연히 방사선 검색 대상이었고, 벨트까지 풀어야했다. 난 이상하게도 여기선 전혀 걸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신발 벗기고 자세히 검색했다. 난 빨리 통과해서 자세히 검색 당하던 일행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가이드와 예원이네 가족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우린 다 도착했는데 그 5명은 행방불명이었다. 이런. 인솔자가 일행을 잃어버리다니. 정말 재밌는 상황이었다. 우린 스스로 게이트 넘버를 알아냈고 탑승 시간에 모이기로 하고 해산하려고 하는 순간 5명이 우릴 찾았다. 하하.
공항 내 면세점에서 보낼 시간은 꽤 길었다. 1시간 정도였던 것 같다. 난 편의점 같은 곳에서 남은 동전을 처리하기 위해 잡지 몇 권을 샀다. Chelsea의 3월호 잡지(가격은 3.25 파운드, 우리 돈 6000원 정도였고, 어린이용 잡지까지 끼어있었다.)와 Scientific American 2월호(가격은 3.95 파운드, 7500원)를 구입했다. Scientific American 2월호에는 물리학의 미래가 큰 주제였다.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거기엔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잡지들이 있었다. 리버풀 Chronicles와 페라리 모음집, Four Four Two, 그리고 기타 축구와 자동차, 게임 잡지들이 산더미같이 많았다. 다 구입하고 싶었지만 동전이 없었다. 아쉽군. 게다가 책들도 엄청 많았다. 나중에 Chelsea 잡지에서 읽게 된 Joanna Trollope의 Friday Nights도 볼 수 있었는데, 그걸 사지 않은 걸 무척이나 후회했다. (한국에선 구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Wayne Rooney의 자서전도 있었다.
동전을 다 쓰고 전자제품 판매점으로 갔다. 엄마가 iPod을 눈 여겨 보고 있었다. 결국 하나 샀다. iPod nano 3rd generation으로. 2008년에 새로 나온 신선한 놈이다. 그런데 처음엔 3세대인줄 몰라서 100유로면 충분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99파운드고, 130유로 달라 그랬다. 응? 엄마가 그냥 줬다. 나중에 슬기 누님한테 들었는데, 싸게 산거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그 가격보다 1~2만원 비싸다나. PSP, NDS 게임들도 있었는데 한국보다 가격이 비싸 그냥 안 샀다.
이번엔 음반점으로 향했다. 비디오, DVD, 음반, 게임 등을 팔고 있었다. 제일 신기했던 건 Monty Python's Flying Circus DVD Set였다. 가격은 거의 20파운드였다. 꽤 갖고 싶었지만 그냥 안 샀다. 음반을 사야했기 때문에. 난 Eminem, Maroon 5의 음반을 찾았다. Eminem 음반은 그냥 재미로 찾은 것이고, Maroon 5는 이번에 다가오는 내한공연(3월 7일)과 나의 증가하는 관심으로 인해 찾은 것이다. 못 찾겠어서 점원에게 물어보니 금방 찾아준다. 이전 앨범 Songs About Jane은 없었다. It Won't Be Soon Before Long만 있을 뿐. 난 이전 앨범을 사고 싶었다. 그게 첫 앨범이니까. 그런데 나중에 비행기에서 It Won't Be Soon Before Long을 사지 않은 걸 후회했다. (이유는 나중에.)
돌아다니다보니 Radiohead의 신보 In Rainbows가 눈에 띄었다. 집에 없던 것이고 한국에서도 구하기 어려울 것 같아 구입했다. 또 Led Zeppelin의 베스트 앨범 Mothership을 볼 수 있었다. 그냥 CD만 들어있는 것이 아닌 2CD+1DVD 형태의 Limited Deluxe Edition이었다. 이것도 한국에서 구하기 힘들 것 같아 구입했다. 그런데 한국에 와 보니 쉽게 구할 수 있더군. 제길. 계산하는데 20파운드가 조금 넘었다. 20파운드짜리 지폐는 있었지만 몇 펜스 정도가 부족해 신용카드로 계산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된단다.
면세점 쇼핑을 끝내고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 탑승할 때 게이트에서 비행기로 들어가는 길에서 얼마나 마음이 심란했는지 모른다. 정말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실감났다. 제기랄! 난 가고 싶지 않아~!
비행기에 탔다. 좌석은 제멋대로였다. 난 또 가족들과 떨어져 앉았다. 그런데 자리를 일행들끼리 자리를 바꿔서 가족끼리 3명 앉을 수 있었다. 거기 좌석은 3-4-3 시스템이었다. 이륙을 하고 자려는데 한 승무원이 한국인이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하니 영어할 줄 아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하니 설문지를 한 장 주면서 펜 줄 테니 작성해 달란다. 로마 갈 때도 설문지 주더니 이번에도 그러네. 사람을 봐가면서 주는 건가? 헤헤. 공짜 펜 2개 챙겼다.
비행기는 우리가 유럽으로 올 때 탔던 것 보다 훨씬 좋았다. Boeing 747이었다. 지난번에 탔던 건 Airbus 330이었다. 망할. Boeing이 훨씬 좋잖아? 좌석 앞 디스플레이가 훨씬 좋았다. 99퍼센트 만족했다. 그 디스플레이 덕분에 10시간을 잠 안자고 지루하지 않게 올 수 있었다. 영화, TV 프로그램, 음악, 게임 등을 제공했는데, 인터페이스가 정말 멋졌다. TV처럼 방송되는 것이 아닌 내가 선택해서 볼 수 있는 형식이었다. 그게 VOD 형식이라고 했던가?
난 Monty Python's Flying Circus와 The Simpsons, Bee Movie, The Truman Show, Fifa Futbol Mundial, World's Famous Football Clubs, Friends, America's Next Top Model 등을 봤다. Monty Python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Ministry of Silly Walk였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었던 그 Sketch는 정말 웃겼다. 그리고 World's Famous Football Clubs에는 FC Barcelona와 AC Milan이 소개되었다. 해외의 클럽들은 정말 대규모이고 팬들도 무척 열정적이다.
그리고 절대 빼 먹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음반들도 들을 수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음반들이 여럿 있었다. Beatles, AC/DC, Black Sabbath, Eric Clapton, Avril Lavigne, Nirvana, Radiohead, Led Zeppelin, Deep Purple, Maroon 5의 음반들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런던에서 산 음반 2개도 다 있었다. 기내에서 한번 시험 삼아 Maroon 5의 It Won't Be Soon Before Long을 들었다. 첫 트랙은 If I Never See Your Face Again이었는데, 제길, 이거 왜 이렇게 좋은 거야? 첫 곡부터 바로 중독된 나는 5번째 트랙인 Won't Go Home Without You에서 미쳐버렸다. 로마의 Excelsior 호텔에서 아침에 MTV 뮤직비디오로 처음 들었던 그 곡에 나는 완전히 반해버렸다. 지금 내 처지랑 똑같잖아! 집에 가기 싫어! 지금도 매일같이 듣고 있는 그 곡은 들을 때마다 여행 생각이 나게 만든다. 그 앨범만 계속 들으며 5시간을 보냈다.
음악 감상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계속 의자를 치는 느낌이 들었다. 뒤에는 외국인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음악 감상을 하면서 너무 흥분하셨는지 박자를 맞춘다고 기내식 놓는 트레이를 계속 두들기고 계셨다. 하하. 할아버지치고 너무 애 같으시다. 그래도 계속 치니까 거슬렸다. 결국 Excuse me, sir, please. 하고 말하는데 알았다며 멈춘다. 하하.
우린 비행기 맨 뒤편에 앉았는데(항상 그랬다. 값싼 좌석이라 그런가?) 화장실이 없었다. 어? 원래 앞에 있는 게 아닌가? 나의 예상 화장실 위치에선 승무원들이 음료수를 나르고 있었다. 뭐야? 화장실 위치를 물어보니 화장실이 비행기 맨 뒤편에 있었다. 제길. 화장실 안에서 윙 하는 소리가 들렸다. 변기 물은 폭탄 터지듯 내려간다. 놀라지 않게 조심해야한다.
잘 가던 중 갑자기 디스플레이 화면이 고장이 났는지 다 꺼졌다. 사람들은 전부 놀랬다. 잘 보고 있던 영화와 잘 듣던 음악이 갑자기 멈추다니. 30분 정도를 기다리자 다시 켜졌다. Linux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켜지는데 한참 걸렸다.) 엄마는 보던 영화가 꺼지자 잠이 들었고 동생도 하던 게임이 꺼져서 잤다. 난 음악을 듣기 위해 기다렸다. 그런데 컨트롤이 안 되었다. 뭐야? 승무원을 불러 왜 이러냐고 물어보니 다시 켜주겠단다. 다시 켜지니 되더라. 이런 잔고장이 잦은 모양이지? 서울에서 홍콩 갈 때는 아예 나오지도 않더니.
날이 밝았다. 우린 기내식을 먹었다. 가는 동안 대략 3번 정도 기내식을 먹은 것 같은데, 돼지고기, 오믈렛, 파스타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와인도 한 잔 마셨다. 옆에선 전부 컵라면 달라고 난리였다. 컵라면도 주는 모양이었다. 돼지고기는 너무 느끼했다. 먹을 것이 못 되었다. 오믈렛이 그나마 나았다. 짰지만 그나마 괜찮았다. 파스타는 엄마는 맛있다는데 난 찰흙을 씹는 느낌이었다. 다 느끼했는데 오믈렛 선택이 그나마 나았던 것 같다. 어쨌거나 다 먹을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오전 6시쯤 되어 홍콩에 도착했다. 홍콩 공항은 좀 작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게이트는 75번이었다. 로마로 갈 때는 홍콩 공항이 너무 작아보였다. 어쨌든 내려서 면세점을 둘러보았다. 엄마는 아빠 사 줄 티셔츠를 사기 위해 Ralph Lauren 매장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L과 S사이즈만 있고 M은 없대서 그냥 나왔다. 한 서점도 둘러보았다. 여러 종류의 책들과 장난감들을 팔고 있었다. 런던에서 본 책들이랑 대강 비슷했는데, 나의 눈길을 끈 것은 The Bourne Legacy 라는 책이었다. 엥? Robert Ludlum은 죽고 Bourne 시리즈는 3부작으로 끝났는데? 알고 보니 처음 듣는 작가가 쓴 것이라는데, 무슨 배신 이런 것들이 연관되어 있었던 것 같다. The Bourne Ultimatum 책도 사야 되는데, 이것까지 나오다니.
대충 둘러보고 우린 75번 게이트로 향했다. 로마로 갈 때는 4번 게이트였다. 엄청 가까웠다. 그 때는 공항이 무척 작아보였다. 그런데 이젠 절대 작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이런. Fuck. 욕이 절로 나온다. 이놈의 공항은 진짜 장난 아니게 크다. 진짜 죽어라 걸어가도 쉴 곳 하나 없다. 물론 걷지 않아도 이동시켜주는 컨베이어가 있었지만 한국인의 급한 성질 상 우린 걸어야 했다. (여기선 한국인만 걷는다.)
한참을 가야 30번대 게이트가 보였다. 제기랄. 그럼 75번은 어디란 말인가? 역시나 한참 더 가야한다. 가이드가 게이트까지 가는데 30분 걸리니 넉넉잡아 출발하라던 말이 이제야 떠올랐다. 망할. 왜 효율적으로 짓지 않고 이런 식으로 지어놨지? 공항 설계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정말 짜증이 났다. 한참을 더 가야 쉴 곳이 있었다. 뭔가를 마시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았다. 흡연실에 자판기가 있었지만 홍콩 달러 동전이 없었고 난 담배냄새를 더 싫어했다. 거기서 또 한참을 더 가니 식당이 나왔다. 직원이 우리가 말라 죽을 것 같다는 것을 이미 잘 안다는 듯이 Drink? 하고 물어본다. 우린 포카리 스웨트 한 병을 샀다. 앉아서 좀 마시고 나니 살 것 같았다. 거기서 또 한참을 걸어 제일 마지막에 있는 75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가이드와 몇몇 일행들은 벌써 앉아있었다. 거기서 서울행 비행기가 뜨는 모양이었다. 한국인 배낭여행객 몇 명과 한국으로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 보였던 외국인이 앉아있었다.
앉아서 런던에서 산 잡지와 음반들을 보고 또 봤다. 그런 중에 신혼부부 아주머니 아저씨께서 도착하셨다. “이거 왜 이렇게 먼 거예요?” 하신다. 하하. 노부부 유럽 효도 관광 보내주는 것은 효도 관광이 아니라 고려장이라더니, 여기서도 그 말이 사실임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었다.
오전 9시쯤에 비행기에 탑승했다. 역시나 또 좌석이 이리저리 나뉘어졌다. 나 혼자 또 떨어져 앉게 되었는데, 내 옆에는 처음엔 가이드 누님이 앉으려고 했다. 그런데 한 아저씨가 영어로 자기 자리라면서 표를 제시했다. 가이드 누님도 자리 없는 줄 알고 앉았다고 영어로 대답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한국 사람이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속으로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가이드 누님의 패션(?), 외모(?)가 이국적으로 보였는지 아저씨가 영어로 말을 한 것이었다. 하긴, 그런 일이 많이 벌어질 것 같았다.
난 창가에 앉았다. 처음으로 창가에 앉았다. 처음엔 신기했는데 나중엔 전혀 신기하지 않았다. 햇빛 때문에 창문을 닫았다. 그런데 갑자기 왼쪽 팔걸이에 발이 떡하니 올려져 있는 것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왕할머니께서 편히 누워 계시면서 내 팔걸이에 발을 올려놓은 것이었다. 허허. 이걸 어찌 해야 하옵니까? 나중에 말씀 드리지 않았는데도 내려 주셨다.
안전벨트를 매고 누웠다. 승무원이 기내식을 나눠 주었는데 난 사양했다. 그리고 바로 잠이 들었다. 홍콩까지 가는 10시간동안 밤을 지새워서 피곤했다. 자고 일어나니 3시간이 금방 가고 없었다. 눈을 뜨니 서울이란다. 황해안과 경기도가 훤히 보였다. (그런데 로마로 가는 데는 거의 18시간 걸렸는데 돌아오는 데는 13시간밖에 안 걸려서 신기했다. 바람의 영향이라나?)
도착해서 입국 수속을 하고 짐을 찾았다. 공항에서는 수속이 세계에서 제일 빠르다며 자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수된 물을 공짜로 마시게 해주는 공항은 유럽에는 절대 없을 것이다. 너무 좋았다. 한국이 역시 살기는 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짐을 찾으러 가는데 우린 뛰어야 했다! 짐이 엄청나게 빨리 나왔던 것이었다. 벌써 우리 짐은 끝을 향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못 찾을 뻔 했다. 이건 그래도 너무 빠른 것 아냐? 그런데 짐들이 다들 비슷해서 정아 누님네 아주머니께서 우리 짐을 들고 계셨다. 하하.
짐을 찾고 나와서 Nothing to Declare 창구로 나오니 TV로만 보던 그런 풍경이 보였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귀국하면 환영 인사들이 있듯이 자기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재미있었다. 우린 출구를 나와서 9일간 여행을 함께한 일행들과 헤어졌다. 가이드 누님은 나보고 여행사 홈페이지에 여행기를 올려보라고 하셨다. 나 같은 독특한 녀석과 대화를 더 나눠봐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쯤 또 여행을 떠나셨겠지?
난 로밍폰을 반환하고(SK Telecom 대리점에 반환했는데 대기자들이 너무 많았다. 번호표 뽑고 다른 일을 하고 가는 것이 좋을 듯 했다.) 엄마는 울산행 버스표를 샀다. 그리고 Dunkin Donuts에서 도너츠를 사먹었다.
버스를 타러 공항을 나서는데 또 분당으로 가는 신혼부부 아주머니 아저씨를 만났다. 이젠 정말 마지막이다. 인사를 하고 버스를 탔다. 사람은 10명 쯤 밖에 없었다. 휴게소에서 한번 내린 걸 제외하고는 곧장 울산으로 향했다.
밤 9시 30분이 되자 정말 울산에 도착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로마, 피렌체, 파리, 런던 거리를 걷던 내가 울산의 무거동에 오다니. 정말 신기할 노릇이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자 아빠를 볼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끌어안았다. 아빠와 신복 로터리 앞에 있는 콩나물 해장국 집에서 곰탕을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니 정말 이상한 느낌이었다. 집에 온 것 같지가 않았다. 광활한 지역을 계속해서 이동하고 바쁘게 걸어 다니다가 집 안에 들어오니 정말 느낌이 이상했다. 정말로. 이젠 정말 여행이 끝이다. 끝이야. 끝.
집에 돌아오니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더군요. 겨우 9일 갔다온 것 뿐인데 꼭 한 달 살다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새로운 호텔에 온 것 같은 느낌? 감옥에 갇힌 듯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밖에 나가도 보고 도서관에도 가 봤지만 역시 답답함은 사라지질 않았습니다.(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_-;; 밤에는 2시 전에는 잠이 안들어요.)
이게 정말 여행 후유증인 것 같았습니다. 학교 갈 때까진 전혀 적응이 되질 않았습니다. 학교 가니까 좀 낫더군요. 그래도 또 여행가고 싶습니다. 정말로.
이번 글은 좀 늦었는데, 학교에서 10시까지 매일 자율학습을 시켜서 쓸 시간이 없더군요. 하하. 이제 긴 여행기가 드디어 끝이네요. 저의 하찮은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출처 : 인터넷 ]

